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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하늘나라는 함께하는공동체(original)

3.하늘나라는 함께하는공동체(original)

3. 하늘나라는 함께 하는 공동체-<김효진젬마수녀>

 

지난 금요일부터 시작한 교실 페인트 칠, 먼저 대청소 후 더러워진 벽과 의자, 문을 사포로 문질러 때를 벗기고 흰 페인트를 입혔다. 이제 색을 입혀 예쁘게 칠을 해주어야 하는데 고산에서 페인트칠은 너무나 힘이 듭니다.

일은 벌여 놓고는 쩔쩔매고 있는데 지나가던 리셋 엄마가 “수녀님, 왜 얘기를 안하세요? 이걸 왜 혼자 칠하세요? 함께 하자고 하면 되는데… 제가 도와 드려도 되겠어요?”라고 말합니다. 혼자 했더라면 오늘도 나는 페인트 통에서 허우적거렸을 텐데 결국 모두의 도움으로 아이들 교실 페인트칠을 끝냈습니다.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고 함께 하기보다는 혼자서 해내려는 내게 주님께서는 오늘도 약한 나, 부족한 나를 보게 하십니다. 내가 약할 때 함께 해주는 이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내가 부족할수록 더 많은 협력자를 보내주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모든 일을 협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께서는 오늘도 나의 약함을 통해 부르심을 완성하고 계십니다. 하늘나라는 이렇게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체임을 알게 해주십니다.

 

 

 

오늘은 라우라네 가족과 함께 재래시장에 다녀왔습니다. 라우라가 어제 뉴스에 야채 과일값이 올랐다고 합니다. “아~겨울이라서 그렇구나” 했더니 그게 아니고 오루로에서 데모를 하는 바람에 길이 막혀서 야채 과일이 통과를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길거리 만두로 점심을 해결하려는데 라우라가 현금조금과 아이들 주민등록증 넣어둔 가방 지퍼가 열려 있다며 당황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늘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울고있는 라우라를 위로하고 토끼풀을 싣고 올라왔습니다. 라우라네 집은 토끼들 천국입니다.

집안에는 가구 하나 없고 방 하나와 부엌이 서로 칸막이로 분리 해놓고 아직 문짝이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볼리비아 알또 지역은 이렇게 모두 가족이 매달려서 평생에 걸쳐서 집을 짓습니다. 맨 땅에 선 하나 긋고 담 쌓는 일을 시작으로 해서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집을 짓기 때문에 알또 전역은 짓다 만 집들이 많습니다.

집집마다 수도 시설이 없어 하나뿐인 동네 수돗가에서 물을 길어다 쓰는 형편이지요. 이 물이 문제인데 소독약을 엄청나게 쏟아 부은 데다가 석회수물이기 때문에 그냥 마시면 각종 피부병이 생기고 뱃속에서 돌이 자라나 수술을 해야 할 지경에까지 갑니다. 마시면 안 되는 물인데도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냥 마시고 살아갑니다. 또한 해발 4,300m 고지대다 보니 태양이 너무나 강하고 건조해서 늘 눈이 충혈 되어 있고 각종 안과질환에 시달리곤 합니다.

얼마 전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집권연장을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썼지만 결국 국민투표에 패배하고 이제는 집권연장을 위해 구테타를 일으킬 것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는 불안정한 나라입니다. 언제나 곳곳에서 데모를 하고 있는데 트럭기사, 운송업체, 버스기사를 비롯해서 학교, 병원, 청소부, 광부들…다양한 집단이 돌아가면서 파업을 하고 데모를 하기에 늘 길이 막혀 있습니다. 일을 하는 날보다 데모를 하는 날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이들이 지고 가는 삶의 십자가는 다양하기도 합니다. 구르마를 끌고 지게를 지고 손수 집을 지어야 하고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야 하고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 힘든 일을 저버린 적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감당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특별히 의미 있는 전례는 사순 시기 ‘십자가의 길’입니다. 이들은 주님 십자가의 의미를 잘 알고 있고 그 고통을 지금 삶으로 살고 있으며 다른 무엇보다도 십자가의 예수님에게서 위로를 받습니다. 사순시기 동안에는 매주 금요일 밤에 모여서 십자가의 길을 합니다. 부활 시기에도 십자가를 모시고 피정을 하며 부활의 기쁨보다는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습니다.

하느님 섭리는 늘 가난한 이들을 향해 있기에 그 분께서 향해 있는 이곳의 이 사람들 안에서 내가 하는 일은 그저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물며 그분의 뜻이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지길 바라고 기도하며 하느님과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요즘은 안데스 끝자락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이 바람은 비 소식을 미리 전해줍니다. 벌써부터 낡은 양철 지붕이 들썩거리고 하늘은 구름이 가득합니다.

오랜 건기 끝의 비소식은 모두에게 희망이고 기쁨이고 행복이듯이 우리는 우리 삶의 십자가를 서로 나누어지며 함께 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 십자가를 통한 하느님나라, 부활을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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