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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볼리비아에서 온 편지

2.볼리비아에서 온 편지

2. 볼리비아에서 온 편지

하늘나라는 함께 하는 공동체-<김효진젬마수녀>

 

공부방 교실 대청소 후 페인트 칠을 해주어야 하는데 고산에서 페인트칠은 너무나 힘이 듭니다. 일을 벌여 놓고는 쩔쩔매고 있는데 지나가던 리셋 엄마가 “수녀님, 왜 얘기를 안하세요? 이걸 왜 혼자 칠하세요? 함께 하자고 하면 되는데… 제가 도와 드려도 되겠어요?”라고 말합니다. 혼자 했더라면 오늘도 나는 페인트 통에서 허우적거렸을 텐데 결국 모두의 도움으로 아이들 교실 페인트칠을 끝냈습니다.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고 함께 하기보다는 혼자서 해내려는 내게 주님께서는 오늘도 함께 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렇게 이들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내가 부족할수록 더 많은 협력자를 보내주신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주십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서 8:28) 주님께서는 오늘도 나의 약함과 한계를 통해서 부르심을 완성하고 계십니다. 하늘나라는 이렇게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체임을 알게 해주십니다.

 

 

함께 지고 가야하는 삶의 십자가

오늘은 라우라네 가족과 함께 재래시장에 다녀왔습니다. 라우라가 어제 뉴스에 야채 과일값이 올랐다고 합니다. “아~ 추워서 그렇구나!” 했더니 그게 아니고 오루로에서 데모를 하는 바람에 길이 막혀서 야채 과일이 통과를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길거리 만두로 점심을 해결하려는데 라우라가 현금 조금과 아이들 주민등록증 넣어둔 가방 지퍼가 열려 있다며 당황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늘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울고 있는 라우라를 위로하며 토끼풀을 싣고 올라왔습니다. 라우라네 집에 들어서니 토끼들 천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안에는 가구 하나 없고 방 하나와 부엌이 서로 칸막이로 분리 해놓고 아직 문짝이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볼리비아 알또 지역은 이렇게 가족이 모두 매달려서 평생에 걸쳐서 집을 짓는데 맨 땅에 선하나 긋고 돌 고르는 일에서부터 담 쌓는 일을 시작으로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집을 짓기 때문에 알또 전역은 짓다만 집들이 많습니다.

또한 집집마다 수도 시설이 없어서 하나뿐인 동네 수돗가에서 물을 길어다 쓰고 있는데 이 물이 문제입니다. 소독약을 엄청나게 쏟아 부은데다가 석회수물이기 때문에 그냥 마시면 각종 피부병이 생기고 뱃속에서 돌이 자라나 수술을 해야 할 지경에까지 갑니다. 마시면 안 되는 물인데도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냥 마시고 살아갑니다. 또한 해발 4,300m 고지대다 보니 태양이 너무나 강하고 건조해서 늘 눈이 충혈 되어 있고 각종 안과질환에 시달리곤 합니다.

이들이 짊어지고 가는 삶의 십자가는 다양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물과 집, 일거리, 배움의 기회를 상실당하고 생계를 위한 하루하루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희망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얼마 전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집권연장을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썼지만 결국 국민투표에 패배하고 이제는 구테타를 일으킬 것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는 불안정한 나라입니다. 언제나 곳곳에서 데모를 하고 있는데 트럭기사, 운송업체, 버스기사를 비롯해서 학교, 병원, 청소부, 광부들…다양한 집단이 돌아가면서 파업을 하고 데모를 하기에 늘 길이 막히기 일쑤입니다. 일을 하는 날보다 데모를 하는 날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빈곤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교육적, 보건 위생적, 물리적, 심리적, 문화적, 역사적, 정서적 측면 등을 포괄하는 다차원적 개념입니다. 서구 열강의 자기중심적이고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행태 등으로부터 세계적 빈곤이라는 문제가 생산되고 굳어지며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선교는 물질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물건들을 받아서 나누는 것 또한 선교입니다. 물질이 풍족한 곳에서 받아다가 연필 한 자루도 아쉬운 곳에 전달해 주는 일말입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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