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original)
1.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Bolivia<김효진젬마수녀>
남아메리카 중앙부에 자리 잡고 있는 볼리비아는 300년 동안이나 스페인 식민지로 살아왔습니다. 이국적 풍경 이면에는 기나긴 식민지의 역사 안에서 모든 것을 빼앗겨 남미에서도 가장 낙후된 나라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독립 후에도 크고 작은 전쟁에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하고 수많은 인명과 국토의 절반을 잃은 비극의 역사를 안고 있습니다.
북쪽과 동쪽은 브라질, 남쪽은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와 접하고 있는 볼리비아는 천연가스, 주석, 아연등을 포함해 많은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과 자본이 없어 모든 것을 주변의 강대국들에게 빼앗기고 오히려 역수입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볼리비아 인구의 60%가 케추아족과 아이마라 인디오 원주민인데 이들은 최빈국 볼리비아 안에서도 가장 가난한 최하층민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풍성한 전통과 문화를 간직했던 잉카제국의 후예들이 오늘날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밀려나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선교지에서 하느님의 손길 찾기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낮은 곳에 살고 한 뼘이라도 높은 곳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리 잡고 살아가는 이 높은 곳에서도 더 높은 하늘을 향해 올라간 달동네 해발 4,300m 고산 지역을 오르면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선교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이 엘 알토(El Alto), 바로 제가 살고 있는 선교지입니다. 한국의 달동네와 비슷한 대규모의 가난한 산동네 지역으로 도시에서 밀려난 소외된 인디오 원주민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도시빈민지역입니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아주 높은 곳이기에 사람들은 이 지역을 하늘로 가는 길, 하늘 끝 마을, 또는 산마을로 부릅니다.
알또에 산다고 하면 다들 우주인을 본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지며 “괜찮냐?”고 묻곤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알또는 볼리비아에서도 가장 위험한 우범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알토 원주민들은 가장 거칠고 배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대낮에도 소매치기가 활개를 치고 떼로 몰려다니면서 사람을 애워싸고 금품을 털어갑니다. 수도자도 예외가 아닙니다. 외국인은 특히 그들의 목표가 되기 때문에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시장에 갔다가 소매치기 그룹을 만났는데 아마도 눈에 확 띄는 외국인인데다가 수도복을 입고 구경하고 다니니 표적이 되었나 봅니다. 순식간에 패거리들에게 둘러싸여 주머니를 털렸는데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들은 욕을 하며 떠나갔습니다.
원주민들은 나에게 “수녀님, 길을 다닐 때는 항상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번엔 다행히 별 일 없었지만 주머니를 털었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해코지를 합니다. 그러니 얼마쯤은 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하고 충고해 주었습니다. 그 날부터 나는 가방을 앞으로 매고 누가 나에게 다가오면 경계부터 해야만 했습니다.
우리 동네는 이리 떼 만큼이나 오금을 저리게 하는 개 떼들이 돌아다니는데 고산으로 쓰러져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동료 수녀에게 과일이라도 먹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동네 모퉁이를 돌았다가 사나운 개 떼를 만나 그 자리에서 그만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한발자국이라도 떼면 그 순간 개떼들이 달려들어 물어뜯을 것 만 같았습니다. 원주민들은 나에게 “수녀님, 길거리를 다닐 때는 막대기나 돌맹이를 손에 꼭 들고 다니셔야 합니다.” 충고해 주었습니다.
이곳에서 겪는 일들은 그동안 체험하지 못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경험들입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가 집을 비우면 도둑맞기 쉽다고 말합니다. 누가 두드리면 문을 열어 주지 말아야 하고 뭘 빌려 달라고 청해도 다시는 돌려주지 않으니 절대로 빌려주지 말라는 충고도 해주었습니다. 이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그동안 익숙했던 방식을 내려놓고 이들에게 하나하나 묻고 이들의 방식을 배우고 익혀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고 선교사의 자세를 말씀하셨는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나를 둘러싼 이 현실을 어떻게 하느님 섭리의 빛으로 보고 예수님을 따라서 판단하고 교회로부터 행동해야 하는가가 저의 가장 큰 과제가 되었습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