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첫번째 편지
+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하느님 섭리의 딸 수녀회 김효진 젬마수녀입니다. 남미 볼리비아의 라빠스 엘 알또 원주민 지역에서 6년째 살고 있습니다. 지면을 통해서나마 선교지에서의 삶을 여러분과 나누며 언어와 문화, 생활환경이 정반대인 이곳 사람들과의 알콩달콩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6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이들의 삶의 자리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고 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고 다름을 배우고 익히다 보니 견디는 힘이 생겼고 또한 하느님께서 이들에게 갖는 연민과 사랑의 크기를 가늠하게 되면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제 눈에 보였던 모습들은 지금까지 배우고 익혔던 것들과는 상반되는 새로운 환경과의 싸움이었는데 알고 보니 저보다는 이들이 더 기다려 주었고 인내해 주었고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이제는 내 고국보다 이곳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1년 내내 눈 덮인 안데스의 매서운 칼바람과 강한 태양, 해발 4,300m 고산의 추위와 굳은 표정의 사람들, 이들만의 문화와 배타적인 사고방식, 상식이 통하지 않는 답답함과 아주 느린 생활습관들을 접하며 수많은 좌절과 실수 속에서도 조금씩 정을 느끼고 희망을 이야기 하며 나를 내려놓고 오늘도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데로 맡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 알또 지역은 볼리비아 안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아이마라 원주민 지역입니다. 이곳은 시골이나 국경지대에서 이주해 온 도시빈민촌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도시로 들어와서 막상 할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주로 막노동이나 좌판을 벌려 장사를 하거나 운전을 하고 전기나 수도도 없이 무허가 집을 짓고 살아갑니다.
버스를 타면 4~5살 정도 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버스비를 받고 있고 구두닦이를 하거나 시장 바닥에서 장사 일을 돕습니다. 쓰레기장에서는 자신 보다 큰 부대자루를 지고 쓰레기장을 뒤지곤 합니다. 대낮부터 술주정과 마약, 본드에 취해 길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청소년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곤 합니다. 복잡한 터미널 골목길에는 어린 꼬마가 소매치기 하는 법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교리시간에 우리 아이들에게 10계명 중 가장 지켜지지 않고 있는 계명이 무엇이냐? 고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살인하지 말라.’ 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 다음은 ‘부모를 공경하라.’ ‘도둑질하지 말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삶의 방식을 보면 마치 예수님이 오시기 전 구약을 살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알또 지역은 골목골목마다 사람인형이 매달려 있는데 도둑질 하다가 잡히면 이렇게 목매달려 죽게 된다는 경고표시입니다. “이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는 자신들의 인디오법으로 처단하고 지금도 가축문제, 땅 문제로 이웃과 다툼이 생기면 대대로 복수를 하고 맙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가서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 고 하셨는데 내가 정말 세상의 끝에 복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와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가톨릭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원주민 지역은 아직 구약의 율법 속에 갇혀 사는 듯 느껴지고 이들이 삶 안에서 복음의 기쁜 소식을 체험하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환경이고 사람들 마음은 메말라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척박하고 가난한 땅, 가진 것 없는 이들 안에서 하느님의 섭리가 더욱 강하게 드러나고 예수님의 복음 말씀은 더욱 단순하게 선포 되어 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메말라 있을수록 단비의 고마움은 더욱 크게 느껴지는 법이니 말입니다.
선교지 삶은 시간이 멈춘 듯 매우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에 새로울 것 없어 보이지만 반대로 내면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한 곳입니다. 날마다 이 땅에서 펼쳐지고 있는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와 그분의 현존이 사람들 안에서 드러나는 기적을 보고 느끼며 그렇게 하느님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그분의 성품을 더 깊이 알아가면서 오늘도 진정한 선교사가 되는 법을 배워 갑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