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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선교일기

2015년 선교일기

2015.12.30

한 해를 돌아보니

고마운 것들,

감사한 일들,

흐믓한 마음 한가득…

내 부족으로 놓치고 만 것들은

능력 좋으신 주님께 맡겨드리고…

그저 모든 일들이 나로 하여금 그분께 나아가도록….

모든 것은 하느님에 의해 보내지고 다스려지고

이루어지는 것이니…

그러니 내년 한 해도 기쁘게 받아들이기!

 

2015.12.28

엄청난 비가 쏟아져서 마당이 촉촉하다.

이럴 때 잡초를 뽑으면 쑥쑥 잘 뽑히기 때문에 장화 신고 마당으로!

그런데

5년전 예쁜 꽃씨를 뿌렸던 자리에 파릇파릇한 싹이 올라와 있었다.

와~ 5년만에 싹을 틔우다니… 척박한 땅이라도

언젠가는 싹이 올라오는구나.

.아무리 희망 없어 보이는 이라도

마음으로 단정짓지 말거라.

포기하지 말거라.

 

씨뿌리기를 멈추지 말거라…

 

2015.12.26

까르멘 수녀님네서 점심 같이 먹자며 초대 했다.

우리 성소자 파멜라와 함께 갔다.

늘 유머로 웃겨주시는 까르멘 수녀님은 스페인 사람이다.

이곳 알또에서 학교를 운영하시며 늘 아이들과 함게 하는 수녀님

볼리비아는 바다가 없으니 한국 수녀들 오랜만에 생선이 그리울 거라며

식탁에 온통 생선이 종류별로 요리되어 나왔다.

근데 문제는 연어, 문어, 새우 요리는 처음이란다.

 

2015.12.25

이곳에서 6년째 맞이하는 성탄의 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드리며,

성탄의 기쁨을 이들과 함께 나눈다.

 

보잘것 없다며 검은 봉지에 빵을 준비해 오신 신부님,

아이들 장난감을 준비해 온 도냐 말가리따,

쵸콜라떼와 ‘아기예수 성탄 빵’으로 조촐한 나눔을 했다.

 

5시 30분 미사인데 우리 아이들은 3시부터 와서

성당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5분마다 묻는다.

 

“수녀님, 신부님 언제 오세요?”

“수녀님, 미사 끝나면 선물 준비 하셨죠?”

“무슨 선물이예요?”

“내 동생도 신발 필요한데 동생 것도 주실 수 있나요?”

“선생님들은 언제 와요?”

 

뜨게질을 해서 생계를 이어보겠다며 갓난아이 업고 온

파누엘라 자매님, 자녀가 일곱이다.

남의 집 빨래 해주며 그날 그날 먹고 산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이들의 가난한 삶으로 들어가

이들이 안고 있는 삶의 무게와 눈물과 고통을 알아 갈수록

나의 무력감도 커지곤 한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계속해서 위대한 일을 완성하고 계신다.

구유의 예수님이 그 증거로 오신 거니까…

 

하느님 뜻하심 없이는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

나의 중대한 의무는 하느님 뜻에 협력하는 것 뿐이다.

 

 

2015.12.24

흐린 하늘

우리동네…

 

우기철 여름 시작인데

암만 봐도 눈 덮인 안데스

한 겨울이다.

 

아~ 추워,,,

따듯한 곳으로 가고 싶다.

 

2015.12.21

오늘 주일미사때 ‘루이스’ 신부님이 데려온

뜨게질 잘 하는 우리 지역 가난한 여성,

떡두꺼비 같은 손으로 뜨게질을 엄청 잘한다.

 

2015.12.21

볼리비아의 전통의상

원주민 여성들이 걸치는 망또다.

100%천연 알파카로 만들고 손으로 짠 무늬들이 일품이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1,500bs(255,000원)다.

우와~ 비싸구나… 볼리비아 물가를 알 수가 없다!

 

2015.12.21

오늘은 주일이면서 우리동네 장날이다.

짬을 내어 알파카 시장조사차 나왔다.

알파카 골목에 들어서니 곳곳에서 알파카 털뭉치가 쌓여있다.

시장에서는 이렇게 천연알파카만 취급한다.

알또 원주민들은 안데스 고원의 추위를 이 알파카로 견딘다.

알파카 이불도 만들어 덮고 망또와 털바지도 만들어 입는다.

털이 부드럽고 따뜻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오직 페루와 볼리비아 안데스 고원지역에서만 생산된다.

 

2015.12.19

오늘 오전 9시에 신발 받으러

성당으로 모이라는 공지를 이틀 전부터 보냈다.

한 달 동안 새신발을 기다리던 우리 아이들

아침 7시부터 성당에 왔다. 독한 녀석들…

한 명 한 명 신발을 신겨보니

신기하게도 다 잘 어울린다.

6학년 제시카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집나갔던 아빠가 새엄마를 데려 왔단다.

새엄마의 아들 딸과 함께!

새엄마가 툭하면 자신과 남동생을 때리고 구박한다며

늘 눈물이 그렁그렁 울고 다니는 제시카…

오늘 만큼은 큰 눈에 웃음이 가득하다.

신발을 신어 본 우리 아이들 다시 상자에 고이 넣는다.

특별한 날에 신을 거라며 아무도 신고 가는 아이가 없다.

신발이 너무 크거나 작은 몇 몇 아이들 것은

라빠스에 다시 내려가서 맞는 크기로 바꿔 왔다.

바꾸러 다녀오는 동안 집에 갔다가 오후 2시에 다시 오라고 해도

우리 아이들 집에 가지도 않고 기다린다.

독한 녀석들…

대림 4주 시작… 아기 예수님 탄생이 임박했다.

올해는 아기 예수님보다 신발을 더 기다린 대림이 되었다.

제니는 성탄이 싫었다고 한다.

어릴 때 성탄 날 아버지한테 엄청 맞고

하루종일 울었던 기억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성탄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신발을 통해 우리 아이들 마음에 작은 등불이 켜지고

기다림의 기쁨을 알게 해준

고마운 성탄으로 기억될 것이다.

 

2015.12.16

아이들 신발 60켤레 모두 구입했다.

이제는 다리 뻗고 잘 수 있겠다.

우리 아이들 잊지 못할 최고의 성탄이 될 것 같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신발 고르면서

교사들 저녁까지 피곤했을텐데…

“Bien Cansadito~~~” 란다.

기분좋은 피곤함이라며

그만 고르고 내일 다시 오자고 해도

계속 고르는 거 말리느라고 혼났다.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뿌듯하고

좋아할 아이들 생각을 하니

빨리 만나고 싶다.

 

2015.12.14

오늘 주일미사 오신 신부님께서 내년 우리구역 5개 본당 계획을 나누어 주셨다.

신부님께서 상주하고 계신 산루까 본당에도 공부방을 시작하고 싶다는 것과

공부방 아이들의 신앙교육, 부모교육의 필요성, 주일미사 참석…

 

그리고 교사들의 자질문제와 신앙생활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말씀

주일미사 안나오는 교사들은 공부방 교사 자격을 주지 말자는 내용…

성소자 발굴에 관한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신부님네 본당은 북미에서 보내 준 신발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신발이 구멍 숭숭 뚫린 플리스틱 신발이 왔다는 것이다.

교구의 모든 사제들이 황당해 했고 주교님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나셨다고 한다.

 

북미에서 정말 그런 신발을 보낸 것인지

아니면 까리따스에서 잘못된 건지는 알 수 없고…

까리따스는 고개도 못들고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까리따스에서는 보내온 공문이 영어라서 잘못 해석이 된 거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이 전부였다고 한다.

 

실망할 우리 아이들 걱정에 모든 관계자들 주리를 틀고 싶다.

좋은 신발을 신게 되었다며 기뻐하던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니 잠을

잘 수가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최악의 성탄이 될 것 같다.

 

신발을 받기 위해서 서류준비하고 2주동안 부모 싸인 받느라

아이들 발 싸이즈 재느라….

까리따스 앞에서 기다리고 기다려서 접수했는데…

 

고무신보다도 못한…

1주일 신으면 망가질 플라스틱 신발이라니…

모두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우리 아이들…

 

그리고 이곳 산마태오 성당과 교육관을 분리하자며 목소리를 높이던

동네 이장과 그 관계자들에게 교구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시는 이 동네에 사제를 파견하지 않을 것이고

사람이 죽어도 기도와 미사도 없이 그냥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다. 장례미사와 위령미사를 아주 중요시 여기는

이곳 사람들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하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들이 나빠서 한국 수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며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2015.12.12

하느님 사랑안에 있음이

가장 부유한 것임을…

 

2015.12.10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가까이에 이런 사람이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임을 알게 된다.

 

2015.12.09

미국에서 삼촌이 외할머니 영정사진 모시고 미사집전 하셨다.

한국에 못가시는 삼촌 마음이 더 아프시겠지. 이제 실감이…

그런데 삼촌 신부님 머리가 지휘자 머리로 바뀌셨네…

“기도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5.12.08

우리 본당 청년 파멜라는

9살 때 아버지 집 나가고

10살 때부터 엄마와 함께 수편기를 배웠다고 한다.

13년 경력의 수편기 기술자다.

 

요즘 매일 아침 수편기 가르치러 성당에 오고 있다.

파멜라네 집은 우리 성당에서 1시간 30분 걸린다.

버스도 없기 때문에 매일 걸어서 온다.

알또 끝자락 구멍가게 하나 없는 동네 흙집에서 살고 있다.

늘 밝은 얼굴에 씩씩하고 수편기 다루는 솜씨가 일류급이다.

 

처음에는 알파카실을 사다가 디자인 해서 만들었는데

알또에서는 알파카가 비싸기 때문에 팔리지 않다가

어떤 아주머니가 칠레에 가져 가서 팔아 준다고 해서

물건을 모두 주었는데 몽땅 가지고 사라졌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사기도 당하고 별 경험을 다했다.

아래 라빠스 조차 한 번도 내려가 보지 못하고

어릴때부터 일만 하고 살았다고 한다.

요즘은 엄마가 아파서 장사도 힘들다고 한다.

파멜라의 유일한 낙은 매주일 성당에 오는 것이다.

 

청년들과의 모임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생활 나눔을 들어보면

일주일 내내 일했다는 내용 뿐이다. “일을 해야 먹을 수 있어요, 수녀님…”

이제 20대 초반의 아이들 대부분이 9살 10살 때부터 아버지 따라서

막노동판에…어머니 따라서 장사길에… 혹독한 세상을 경험했다.

 

2015.12.07

살아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던 외할머니가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늘 그 자리에서 그 모습으로 반겨 주실 것 만 같다.

못 가 뵙는 손녀딸을 용서하시길…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주일 미사 하고 구유 꾸미고 모임 하고…

모임 끝에 잠시 청년들과 외할머니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 드리고

집에 전화했더니 엄마 목소리가 안나와 통화 못하고…

오늘 장례미사 드리겠지…마음만 있을 뿐이다.

바다가 보고 싶다.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되어 손녀딸 지켜 주시겠지…

 

2015.12.04

우리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정의를 실현함으로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악’을 지적하고 비판하며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벙패를

제거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봉사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헌세 질서에 불어넣어야 한다는

우리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각자가 속해 있는 분야에서

공동선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여야 합니다.

 

<인류에의 구현>

 

2015.12.04

빈곤국가의 국민들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으며

국가간에는 인종 분쟁, 무역 분쟁, 군비 경쟁, 종교 분쟁등

끊임없이 분쟁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평등하여야 할 자리에 불평등이 자리잡고

균등한 분배의 자리에 독점이 파고 들어

인류 공존과 평화를 위협 하고

나아가 인류 공동체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국가들을 돕고 군비 축소와 전쟁 억제를 위하여

세계의 모든 그리스도인과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인류에의 구현>

 

2015.12.04

이곳 알또의 아이마라 원주민 여성들을 돕고자

뜨게질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먼저 뜨게질을 배우고 있다.

 

이곳의 여성들은 뜨게질 솜씨가 아주 좋다.

내가 3주 걸려서 겨우 완성한 목도리를

이곳의 여성들은 하루 반나절이면 만든다.

 

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주는 것!

이들이 갖고 있는 기술과 자원을 최대한 이들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돕는 것이 요즘 나의 목표다.

 

사회의 최하층으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하루하루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이곳의 여성들…

여성에게는 불리한 사회적 제도들…

 

어린이에 대한 어머니의 영향은 큰 것인데

삶에 대한 사랑이나 행복과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고통과 불안도 어린이에게 똑같이 전염된다.

 

가난한 사람 중의 가난한 사람…아이마라 원주민 여성들이다.

저개발국가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이고

생존을 위한 계속적인 투쟁이다.

 

이곳의 자녀를 가진 어머니 중 50% 이상이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이다.

동거생활을 먼저 시작하는 이곳의 결혼풍습상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고

살았기에 정식 이혼도 아무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고 헤어지고 만다.

 

이렇게 별거한 여성의 70%가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고

일을 구한다고 해도 보수가 가장 적은 하찮은 일 뿐이다.

 

2015.12.03

아침에 마당 쓸다가

철조망 너머로 검정색 염소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며 나를 처다 보고 있길래

아니 왜 혼자 떨어져서 저러고 있지?

다가가 보니 검은 비닐 봉지가 나풀 나풀~

 

어제는 헤르만부츠 성당 앞 광장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오토바이 타고 가던 청년을 총으로 쏴서 죽이고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났다고

 

도망간 사람을 잡는 일은 것의 없고

잡는다고 하더라도 조금의 벌금형

그래서 더욱 이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거라고

 

자넷네 아버지는 집을 나선지 얼마 안되어

돈과 핸드폰, 신발과 옷까지 모두 빼앗겼다고 한다.

 

발리비안, 쎄하, 로드리게스…

사람 많은 곳이나 장 서는 날에는 도둑 소매치기가 많다.

하비에르 수사님은 시장에서 메고 있던 가방을 빼앗겼다.

가방 줄을 끊고 가져갔단다.

 

밤에는 절대로 밖에 나가지도 말라고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도둑이 들어 올 수도 있으니

집에도 호신용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

 

유럽은 누가 누가 당했다고 말하고

남미는 내가 당했다고 말한다.

 

며칠 전 아침에 성당 대문을 열려다가 대문 앞에

술 취한 청년이 서성 거리며 시비를 하길래

얼른 들어왔다.

술 취한 것인지 마약을 한 것인지 너무 험악하게 생겼고

대문 넘어 들어올까 싶어서 조마조마 했다.

 

2015.11.30

세상 모든 관계는 익숙해지고

결국엔 당연해진다.

 

선물의 가장 강력한 힘은

그 익숙하고 당연한 관계를

새삼 다시 설레고

감사하게 만들어 준다.

 

선물을 준비하며 마음을 쓰는 사이 어느새

그 사람은 나에게 새삼스러워진다.

 

그리고 그 마음이란 반드시 전해지기 마련이다.

-응답하라 1994-

 

휴가 마지막 날이다.

휴가 기간동안 특별히 한 것이라고는 뜨게질…

고무뜨기 목도리 완성했는데…

 

투박하고 두꺼워서 바둑무늬로 다시 시작!

그런데 옆 라인이 쭈글쭈글~

100번은 틀리고 수 십번 코 빠트리고…

10번은 풀렀다.

뜨게질도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는 거구나.

 

단순 반복인 줄 알았더니 조금만 딴 생각에 빠지면

영락없이 다시 풀어야 한다.

뜨게질로 배우는 게 많다.

 

2015.11.28

“수녀님, 왜 남의 나라에서

남의 아이들을 돌보세요?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 많은데…”

 

내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다.

 

한 번도 이 곳을 남의 나라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한 번도 이 아이들이 남의 아이들이라고 느껴 본 적이 없는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우선 난감해 진다.

남의 나라 남의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어쩌면 선을 긋는 마음이

전쟁을… 가난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기다림의 시기가 시작 되었다.

기쁨과 평화를 이웃에게 전하며

활짝 열린 마음일 때 국경도 시대도 이념도 인종도 넘어서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기로 또다시 결심하는 시기가 시작되었다.

 

2015.11.23

우리 아이들 신발 신청 서류 최종 접수하러

까리따스 본부를 찾아 갔는데…

8시 문 연다고 해놓고는 40분이 지나도록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서성 거리다가

 

9시 사회복지 관련 모임이 있어서

부랴부랴 교구청 와보니 모임이 다음주로 미뤄 졌다나…

 

몇 몇 신부님들도 날짜 바뀐 걸 모르고 왔다가 헛 걸음…

왜 통보를 안했냐고 비서 일 아니냐고 한 말씀씩 하시고…

화내는 기색도 없이 한 분 두 분 돌아서신다.

 

모이라고 공문은 왜 보냈데…투덜투덜 하면서도…

뭐 또 그러려니 하며

다시 까리따스 본부로 가서 서류 접수 하고 있는데

다른 수녀회 수녀님들은 서류에 도장 없어서 접수 못하고…

도장을 빌려 줄 수도 없고….

 

우리는 무사히 신발 신청 접수 최종 마감!

 

신발은 도착 했는데 분류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2주일은 걸린다고 돌아가서 기다리란다.

 

우리 아이들 “수녀님, 신발은 언제 와요…?” 매일 묻는데

신발 기다리는 아이들 생각에

빨리 빨리 좀 달라고 재촉 한번 더 해본다.

 

이 나라는 재촉 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2015.11.22

나귀타고 오신 예수님

 

권위는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라

이타적인데서 오는거다.

 

예수님이 갖고 계신 이타적인 권위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죽기까지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까지 희생하신데서 오는거다.

 

2015.11.21

개구쟁이 1학년들

넬슨…

구스타포…

브라이언…

다니엘…

에프라임…

후안…

 

처음 만났을 때

표정이 없고 웃지를 않아서

알또 아이들은 웃을줄을 모르나 했는데…

 

매일 칭찬 해주기!

매일 안아주기!

얘기 들어주기!

매일 간식챙기기!

집에 갈 때 사탕주기!

놀아주기!

 

아이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선물해 주는 존재들이다.

 

2015.11.21

소중한 우리 아이들

 

방학동안 키도 크고 마음도 크고

건강히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인사를 하고 또 하고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아이들

 

아이들도 발길이 안떨어지나보다.

정드는게 무섭다!

 

2015.11.13

삶은 성실해야 하고

가치를 따라가야 하고

때로는 희생도 해야 하고

이타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그렇게 하신 것처럼…

 

2015.11.13

앗! 여기 볼리비아네…?

낯이 익은 분위기다 했는데…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행위하라!

하느님 말씀으로 들린다.

 

나에게 해주시는 말씀!

 

2015.11.13

은물 교육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2015.11.12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은 반드시 일어난다.

 

2015.11.12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다.

오늘 시장 서는 날인데…

장사에 지장이 많겠구나!

 

2015.11.12

아이들 만큼이나

나도 기다려지는 간식시간이다.

 

간식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간식 때문에 오는 아이들도 많다.

 

나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우리 아이들…

 

2015.11.12

 

하느님 섭리를 깨닫게 되면

가난 속에서도 풍요를 체험하게 되고

고통 속에서도 행복을 맛보게 된다.

 

하느님께서 견뎌 주시는

힘으로 견딜 수 있고

 

하느님께서 참아 주시는

인내로 기다릴 수 있고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그 사랑을 닮아 가게 된다.

 

사랑은 서로를 닮게 하니까!

 

2015.11.10

 

사랑때문에…

 

놓을 수 있고

희생할 수 있고

포기할 수 있고

양보할 수 있다.

사랑 때문이어야 의미가 있다.

 

2015.11.10

아침 일찍부터 옆집 수사님이 찾아오셨다.

문서 한 장을 주시면서 오후 3시까지 까리따스

사회복지회에 가보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 ‘신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북미에서 신발 9천켤레가 오는데

내일까지 아이들 이름과 연령, 성별, 발 치수를 적어

명단을 준비해서 오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 신발상태가 좋지 않아서

성탄때 신발을 선물해 주면 좋겠다 했는데

하느님은 깜짝 선물도 참 잘하시는 분이시다.

 

우리 아이들 좋아하는 얼굴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2015.11.09

나의 한계를 깊이 알면 알수록

내가 기도가 참 많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구나 깨닫게 된다.

내가 하느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2015.11.08

사제는 사제답고

수도자는 수도자 답게 사는 것이

지금의 다변화된 세상에서

증거가 되는 삶이겠지요.

 

2015.11.07

우리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진정한 우정은 끊임없이 두터워 진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그리고 사랑도 이와 같다는 겻을!

 

2015.11.06

인생의 어떤 일들은 그냥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일들…

그냥 겪어 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말이 안되는 일을 겪는 것!

 

우리는 끊임없이 삶을 통제하려고 들지만

삶의 통제권을 갖기 보다는

소망(희망)을 갖고 사는게 더 낫다.

 

삶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특히나 과거에 대한 통제권이 나에게는 없다.

 

대부분 이유없이 당하는 일들…

방법이 없다. 겪어 내는 수 밖에는!

 

쉽게 겪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하느님과 함께 겪는게 낫다.

 

2015.11.06

요구하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희망하자.

 

2015.11.06

뜨게질을 시작했다.

목표는 목도리 완성!

 

그런데 와~ 어렵다.

한 코 한 코 떠나가는게 인내심이 100% 요구 된다.

 

단순 반복이 중독성이 있다.

손에서 놓지를 못한다.

 

목도리가 길어질 수록 신기하고 재밌다.

빨리 완성해서 소중한 분께 선물해 드리고 싶다.

맘에 드셔야 할텐데…

 

2015.11.06

미래의 우리 성소자들

알또 아이들은 16살만 되도 성숙하다.

빨리 키워서 함께 하고 싶은 우리 아이들

 

2015.11.05

간식시간에는 유치부, 저학년, 고학년

모두 함께 센트로에 모여서 간식을 나누는데…

돌아다니며 말 안듣는 아이들에게

교사 제니가

 

“너희들 계속 돌아다니면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못박아 버린다~”

 

순간 내 귀를 의심하며 너무 놀라

“제니, 아이들에게 그런말 쓰지 마세요.”

“십자가에 못박아 버린다니…”

 

교사들 언어순화를 해야한다.

몇 번 지적을 했는데도 간간히 이런 협박을 한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니가

잘 가르치기는 하는데

아이들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교사 자넷은 사람 좋고 힘도 세고

궂은 일은 나서서 희생도 잘 하고 착한데…

수업 준비를 해오지 않고 몸으로 떼운다.

아기 엄마라서 아무래도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 돌보느라 힘들겠지…

 

새로오신 리디아 선생님은

베테랑이다. 수업준비도 철저히 하고…

수업도 재미있고 아이들도 좋아 하고

성실하다.

 

가만보면 교사들이 어찌 이리 다른지…

성격들도 가진 달란트도…

중요한건 꼭 다들 있어야 할 보물들이라는 거다.

 

2015.11.03

라빠스에서 알또로 올라오는 길

해질녘 저녁 노을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는

따뜻함이 가득 묻어있다.

 

어둠이 내리고 밤이 오면

낮 동안의 부산함도 사람냄새 나던 길거리도

모두가 조용해지고 다시 내일을 기다린다.

 

사람들은 위험한 곳이라고 조심하라고 하는데

내 눈엔 아름답기만 하다.

이런게 꽁깍지?

 

2015.11.02

유난히 시리도록 파란

오늘은 하늘이 열리는 날이다.

 

모든 성인 성녀들께서 새식구 맞이

마중하시는 듯 맑고 깨끗한 청명한 이 날

 

우리 신자들 꽃과 초를 들고 미사봉헌하며

한 명 한 명 돌아가신 가족, 친지의 이름이

불려지기를 귀를 세우며 기다린다.

 

2015.11.01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20명은 영양실조이고

4명은 굶어 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다.

43명은 위생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으며

18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조차 마실 수 없다.

 

이 마을의 ‘부’ 가운데 59%를 6명이 소유하고 있으며

39%는 74명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20명은 겨우 2%를 나눠 가진다. -이케다 가요코

 

2015.11.01

모든 별들이

그것들을 만드신 하느님에 의해서

생명과 빛남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별이 똑같이

찬란하고 크지는 않다.

 

하늘에서 역시 그러하겠지.

열의를 가지고 일찍이 들어보지도 못할 만큼

찬란한 빛을 가진 별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광채는 가장 순수한 금강석의 광채나

여러가지 빛깔의 보석들과 같을 것이다.

 

목숨을 잃도록 열렬히 사랑한 사람들,

사랑으로 속죄의 생활을 한 사람들,

사랑으로 행동한 사람들,

사랑으로 티없이 산 사람들…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사랑이기 때문에

이들은 하늘에서 구세주의 영광이 되어 있겠지!

 

하늘의 찬란한 별이 된 사람들…

 

2015.10.31

죽은 영혼들이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살아 있는 이들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주어야 하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양파: 하늘로 가는 길은 쉬운 일이 아니고 고되고 피곤하기 때문에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양파에 물을 담아 운반 한다고 한다.

 

말:영혼의 세계에는 자동차가 없기 때문에 모든 짐을 싣기 위해

말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상징적인 말 인형이 제단에 올라온다.

 

초:하늘로 가는 길은 캄캄한 길이기 때문에 길 안내를 위해 초를 준비 한다.

 

사람 모양의 빵: 아기가 죽었을 경우 빵에 아기 얼굴을 박고, 아저씨나 할머니 등등의 얼굴을 빵에 박는다.

 

사탕:하늘로 가야 하는 영혼은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슬픔을 달래기 위해 달달한 사탕이 필요하다고 한다.

 

밀가루:제사상 밑에 밀가루를 뿌려 두면 영혼이 왔다 간 발자국을 남긴다고 한다.

사다리: 모든 성인의 날에는 영혼들이 하늘을 오르고 내리는데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사탕수수나무: 비 올때나 해가 날 때 필요한 모자를 상징하고 줄기는 먼 길을 가는데 의지하는 지팡이를 상징한다. 제사상 네 귀퉁이에 매달거나 묘지에 가져간다.

 

이 밖에도 평소 죽은 이들이 좋아하던 과일이나 음식을 준비한다.

 

이러한 의미를 기억하며 영혼이 천국에 가기 위한 노자로 우리 각자의 기도를 보탠다. 이들의 문화와 역사를 살펴 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위령의 날에 지내는 이들의 조상에 대한 애틋한 마음의 표현은 참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이렇게 가정에서 영혼을 위한 모든 일들을 마치고 성당에 와서 미사를 드리고 묘지로 향한다.

 

2015.10.31

모든 죽은 이들의 날

가정마다 죽은 이들을 위한 제사상을 차린다.

 

매년 11월 1일 자정부터 다음날 자정까지

24시간 동안 하늘의 문이 열린다고 한다.

이때 죽은 영혼들이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많다.

 

2015.10.30

우리가 살고 있는 산 마태오 성당과 교육관, 수녀원은

스위스 가톨릭 선교사가 지은 건물이고 교구 관할이다.

 

그런데 땅이 마을 주민들 공동 소유의 땅이다.

이 땅은 녹색지역이라고 해서 아무도 사고 팔 수 없는 곳이다.

개인이 들어와 살 수도 없는 곳이다.

 

예전에는 교구에서 마을 땅에다가 교회를 짓고 건물을 지었다.

그때는 서류도 없었고 관례처럼 서로 말로 약속을 했다.

세월이 흘러 그것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옆 동네 산 마르코 성당은 성당 건물만 남긴 채

교육관과 마당 건물을 모두 바로 옆 학교에게 빼앗겼다.

수도자나 성직자가 거주하지 않는 본당은

이렇게 결국 마을이나 지역학교로 넘어가고 만다.

 

이곳도 마을의 대표 어르신들이 모여 회의를 했는데

지금 운영하고 있는 공부방에

영.유아반도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건물이 낡았으니 모두 부수고 새로 지어서

3개월 갓난 아이부터 받으라는 것이다.

마을에서는 건물을 다시 짓기 위한 자금을 일부 내놓겠다며

한국수녀들이 지금처럼 운영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30년 다시 계약을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공부방을 성당과 따로 분리 하자는 제안을 했다.

신부님이 오늘 주교님께 이 일을 말씀 드리러 가셨다.

 

그리고 다음주 화요일 마을 대표 어르신들과 교구에서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땅도 넓은데 왜 우리를 갖고 이러는 건지

땅이 마을 것이라고 해서 교회에서 하는 일을 이렇게까지 개입하는 것이

이곳의 방식인지…나는 알 수가 없다.

 

몇 년 전에는 성당을 모두 부수고 이곳에 축구장을 세우겠다더니…

 

2015.10.28

성당 철문이 내려 앉았다.

교사들과 함께 들어서 겨우 닫아 놓기는 했는데

 

우리 끼리는 열 수가 없다. 갇힌 샘이다.

 

철이 부식되어 잘라지면서 내려 앉은 것이다.

땜질을 해야 하는데…

 

성당 관리가 쉬운 일이 아니다.

계속해서 이곳 저곳 문제가 생긴다.

일꾼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2015.10.26

견진성사

 

이렇게 산만한 전례는 처음이라…

주교님 너무 힘드셨을 듯…

 

특히나 옆 입구를 막아 버리는 바람에

견진자들이 빙빙 돌아 나오느라고 엉망이 되었다.

성체 모시러 나갈 때도…

 

그래도 성령께서 각 사람 머리 위로 헤매지 않으시고 잘 내려 오셨겠지…

 

 

오늘은 우리 본당 다섯 지역이 모여

주교님 모시고 견진성사를 받는 날

산루가 성당 가는 길…

 

골목마다 매달려 있는 사람 인형

처음 이런 인형들을 봤을 때 얼마나 놀랐던지…

지금은 강심장이 되었다.

자꾸 보다 보면 익숙해 지고

정도 생기고 다 그러는 것이지…

 

도둑질 하다가 잡히면 바로 이렇게 된다는 경고다.

 

2015.10.26

이곳 볼리비아의 현실을 알아갈수록 머음이 아프고

더욱 한계가 느겨집니다. 이들의 굳어버린 생각들과 부딧칠때면

오히려 이들을 이해 못하는 저는 그저 외국인일 뿐입니다.

 

1년에 한번 미사를 나오는 어른들은 나날의 신앙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름만 가톨릭 신자일 뿐 교회 밖에서 고된 삶을 살아갑니다.

 

교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마치 허수아비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늘 교회에 옵니다. 말씀을 듣고 배우며

 

그대로 실천해 갑니다.

 

청년들도 아직은 순수하고 맑습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하느님께서 이들을 돌보고 계심을 알게 됩니다.

 

 

 

볼리비아… 가끔 제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찾습니다.

 

밀려 밀려서 고향을 떠나 지구 반대편 생소한 나라에 억지로 뚝

 

떨어진 느낌이었는데 어쩌면 하느님 당신의 계획안에서는 이미

 

섭리된 일이었다고… 이들과 함께 할 때 그분의 손길이 절실한

 

이곳의 현실을 알아갈 수록 그렇습니다.

 

저도 이제는 나이가 드는지… 여유도 생기고 게을러지기도 하고..

 

놓아야 할 때는 그냥 놓아버립니다.

 

2015.10.23

지난날의 모든 설움은 다 거둬가시고

맑고 깨끗한 마음만 넣어 주시길…

 

새 마음만 가지고

사랑만 가지고 살아가길…

 

그게 하느님의 아들 딸들의 모습이겠지…

 

하느님은 복잡한 머리는 싫어하시니까

 

머리쓰는 삶이 아니라

마음(성전) 안에서 사는 거다.

 

2015.10.23

성모님의 믿음은

온 우주보다도 크신 하느님을

땅으로 끌어 내리셨다.

 

“하느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믿으신 분!”

 

하느님을 내 삶에 끌어들이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온전히 봉헌해야 한다.

 

어머니처럼!

 

2015.10.22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어떤 일을 하든지,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으면 깨어있는 것이겠지요.

반대로,

아무리 큰 일을 하더라도

나의 감정과 욕심에 집착되어 있으면

자고 있는 것이겠지요.^^

 

2015.10.21

주일 내내 감기로 고생하다가

오늘 문득 콩나물국이 먹고 싶어서

아픈 몸을 이끌고 2시간 내려가서 콩나물 한 봉지를 사왔다.

 

저녁에 압력솥에 넣고 끓여서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니 한결 나아졌다.

공부방 교사 ‘자넷’에게 옮은 것이다.

 

오늘은 교사 ‘리디아’도 목이 아프다며 감기 증상을 호소했다.

아이들에게 옮기면 안되는데 큰일이다.

다 함께 모여서 감기약을 나누었다.

 

“아프지 말고 끼니도 대충 해먹지 말고

자신에게 충실하게 대접 잘 해요.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내시길 기도할게요.

가난한 이들을 도우려고 하지 말고

먼저 같이 있으려 하구요.

그것만으로도 수녀님 몫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때로는 무슨 일을 하는데 있어서 마음이 앞설 때가 있다.

특히나 내 성격은 늘 앞서가는 게 문제이니 이 참에 좀 쉬자!

 

며칠동안 심한 흙 바람에 온 동네가 뿌옇고 건기철 끝이라

모든게 말라 있었는데 지금 시원한 비가 쏟아지고 있다. 감사!

2015.10.16

새로 온 고학년 아이가 신발을 못 벗고

한참을 밍기적 거리길래 왜 그러나 했는데…

 

맨 나중까지 교실에 못들어 가고

신발을 벗는 시늉만 하길래

무슨 문제가 있나 살폈더니

 

양말에 난 구멍 때문이었다.

겨우 교실로 들어가 문짝 옆으로 가리고 앉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2015.10.16

기도할 때 만큼은 진지하려고 노력하는

에프라임, 후안, 올란도, 호세…

그런데 눈을 감아도 개구장이 표정은

그대로구나.

 

구구단 외우기에 열심인 니켈, 기셀라, 요엘라는

이번 달 까지 구구단을 모두 외울거라며 중얼거리고 다닌다.

 

오늘도 숙제가 한 가득인 다니엘은 틈틈히

다른 친구들 참견하며 돌아다니느라고 바쁘다.

 

쵸코과자를 반만 먹고 주머니에 넣으며

“집에가서 동생 줘야지…”하는 넬슨에게

몰래 한 봉지 더 주었다. 넬슨이 씩~ 웃으며

우리 둘 사이에 비밀이 생겼다는 표정이다.

 

고학년 아이들이 많아져서 책상이 부족하다.

급히 창고에서 책상을 꺼내 왔는데 교실이 작다.

큰 교실로 옮겨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을 제 때에 이루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그분의 뜻 안에서 사는 것! 내가 할 일은 오직 그 뿐이다.

 

오늘도 아이들의 사랑 안에서 하루가 채워져 간다.

 

2015.10.14

장동건보다 잘생긴 구스따포!

슬픈 눈빛의 꾸스따포!

더 챙겨주고 싶은 아이들이 있다.

약간 모자라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행동이 느리고 눈치 많이 보고

슬픈 눈망울의 아이들이 그렇다.

 

담임 선생님 관심 밖의 아이들…

숙제를 하던지 말던지 내버려 두는

사랑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챙기는게

이제는 나의 몫이 되었다.

 

2015.10.13

새로 오신 ‘리디아’ 선생님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아이들이 아주 잘 따른다.

쉬는 시간에도 우리 아이들

새로 오신 선생님 곁이 좋은지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들 표정을 보면 선생님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교사들 모두 수학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곱셈, 나눗셈, 분수놀이, 공약수… 아이들의 질문에 헤멘다.

다행히 수학과 졸업한 우리 수녀님이 척척 풀어 주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는데…

 

하지만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선생님들…

그런데 수학이 배운다고 되는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빠르겠다…

 

새로 오신 선생님으로 인해 공부방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른 교사들이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이제 다음달에는 방학이 시작된다.

긴긴 우기철 방학이 시작된다.

우리 아이들 개학하면 부쩍 자라서 오겠지…

 

3개월 방학 동안 우리도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일단 낮은 곳으로 피신 가야 할 것 같다.

다음 학기를 위해서!

 

2015.10.12

축성생활의 해, 교구 수도자 모임

주교님과 미사 후 모여서 식사

스페인 음식 Paella 준비

 

음식이 얼마나 짜던지…

소금이 씹히는 듯 했다.

다 먹느라고 혼났다.ㅠ

 

2015.10.11

꼬빠까바나 성모님 성지 가는 날

지난 번 미루었던 소풍을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가는 길 공사현장이 많아서 비포장길을 돌아서

3시간 정도 달리니 드디어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지각변동으로 바다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호수가 되었다. 잔잔한 물결이

푸른빛, 옥빛, 하늘빛으로 다채롭다.

 

이렇게 낡은 배는 처음 타본다.

당장이라도 부서질것만 같다.

잔잔한 바람에도 이리 틀어지고 저리 틀어지고…

 

배에서 내려 다시 1시간 정도 달리니

저 아래 성지 마을이 보인다.

토요일이라서 성지로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초를 봉헌하고 성수도 받아왔다.

 

교사들과 함께 밥 먹고

오랜만에 보는 호수빛에 반해서 한참을 바라 보았다.

 

이렇게 맑게 깊게 잔잔히 조금씩

나의 삶이 사랑으로 채워 지기를…

 

호수를 들여다 보며

내 마음 속에도 이렇게 사랑의 샘물이

출렁 거리고 있는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 까지도

시원하게 적셔줄 수 있는가

 

사랑의 샘물은 많이 깊게 길어 올릴수록 더 달고 시원해 진다.

사랑을 베풀면 베풀수록 더 큰 사랑이 찾아온다.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이 되는 것

사랑 그 자체가 내 삶의 보상이라는 것…

 

모든게 선물이로구나,,,,

 

나오길 잘했다.

 

2015.10.08

구름 많은 날, 우리동네!

 

예전에는 이곳이 모두 공동묘지(Cementerio)였다고 한다.

마을이 형성 되면서 무덤이 파헤쳐지고 시신은 버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갈 곳 없는 영혼들이 밤마다 돌아 다닌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곳에 살려면 정신력이 강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프거나 서로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생각 하기에 이곳은 귀신 때문이 아니라

고산증 때문에 먼저 쓰러지는 곳이다.

해발 4,300m…

 

그래도 하늘은 최고다.

 

2015.10.04.

우리 아이들 벗어 놓은 신발을 유심히 살펴 보니터지고 갈라지고 늘어나고… 안팍이 성한 곳이 없다.

가죽샌들 신고 있던 내 발이 부끄러워졌다. 물질적 가난이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내가 이 아이들의 …가난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단순히 아껴쓰는 가난의 실천이 아니라아낄 것도 없는 절벽 끝의 가난을 살면서도 우리 아이들처럼 웃을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우리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나 혼자만의 고민이다. 그래서 참 외로운 길인가 보다.

 

2015.10.03.

성당 입구에서부터 뛰어 들어와

팍팍 안기는 우리 아이들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가와 조잘조잘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웃다가도 금방 울고

울다가도 금방

함박 미소로 바뀌는 아이들

 

“수녀님, 몇 살 이예요?”

“나이는 왜?”

“호기심이예요.”

“41살인데…?”

“힉! 거짓말, 21살 같아요.”

 

기분 좋으면서

“내가 너희들 부모님보다도 훨씬 나이 많으니까 까불면 안된다~”

지들끼리 소곤소곤

“완전 할머니네…!”

 

나이를 잊고 살다가도

문득문득 내 나이를 깨우치고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직 할 일들이 많은데 어쩌지…하는 생각들…

 

어쩌면 이렇게 마음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장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조급한 마음도 봉헌하며 맡겨드리는 하루가 되자.

 

2015.10.03.

공부방 교사로 함께 할 자매가 면접을 보러 왔다.

나이가 너무 많아 보여서 실례를 무릎쓰고 나이를 여쭤 보니 37살…

한국 나이로는 39살인데 아무리 봐도 49살은 되어 보였다.

 

결혼은 했느냐고 물었더니

결혼은 안했는데 16살 된 아들이 있다고 했다.

면접을 해보니 경력도 많고 고학년 수학도 자신 있다고 했다.

 

일단 월요일부터 일주일 동안 실습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친절한지… 잘 챙기는 편인지…

수업 준비를 잘 해오는지… 수업을 잘 이끌어 나가는지…

지각을 하지는 않는지 우리 교사들과는 협조적인지…

옷차림은 단정한지… 언어 사용이 과격 하지는 않는지…

이상한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이것저것 봐야 한다.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은 항상 기대와 두려움이 있다.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또한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좋은 인연이면 좋겠다.

 

2015.09.29.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보여주고

자신을 나누는 것

자신의 느낌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것

 

사랑도 주고 받으면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이곳에서 배우고 있다. .

자신을 나눌 수 있는 능력!

나의 약점, 불안, 걱정, 힘듬 까지도 나눌 때 가능하다.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고 든든해하고 믿어주고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닌가?

 

사랑의 능력이 큰 사람은 꼭 바다와 같다. 비가 오면 강물은 넘치지만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이 사랑의 능력은

사랑의 경험을 통해서 성장한다.

 

나에게 맡겨진 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 측은한 마음

관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힘을 주시길,,,

 

2015.09.28.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능력!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지금 밖에 없다.

행복하기 가장 쉬운 때는 지금이다.

 

2015.09.23.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물며

그분의 뜻이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애써 살며 하느님과 함께 걸어가는 길 외에

아무 걱정도 하지 말 것임을 알았습니다.

먼저 가셔서 미리 나를 기다리고 계신 하느님!

모든 것을 버리고 홀로 가는 것은 온전히 하느님만 만날 수 있는 좋은 방법!

 

2015.09.22.

무지개 공부방, 어느새 1년이 되었다.

시작을 하니 이루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셨다.

 

저학년과 유치부는 ‘요리사 춤’을 추고

고학년은 알 수 없는 댄스를 추며…

 

음악만 나오면 저절로 몸이 흔들 거리는

이상한 유전자를 가진 이 아이들과 1년을 지낸 것이다.

 

꼬맹이들은 쫓아 다니며

“수녀님 케잌은 언제 먹어요…?”

모기만한 소리로 물어본다…

 

춤도 게임도 끝나고 드디어 케잌 먹는 시간이다.

오래 기다린 만큼 꿀맛 같은 케익을 나눠 먹고

더 먹고 싶은 아이들은 또 더 먹고…

푸짐한 선물까지 받아간다.

 

“내일도 다음에도 오늘이면 좋겠어요…”

입이 귀에 걸려서 돌아가는 아이들…

 

그래… 1주년이 2주년 되고…

5주년…10주년…그렇게 늘 너희들과 함께 할게…

하느님 안에서 예쁘게만 커다오…

 

아이들이 조금 더 신났으면 좋겠다…

집에서 혼나고 학교에서 혼나고

가난 때문에… 폭행으로 다쳐도

공부방에 오면 아픈 기억 다 잊어버리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즐겁게 웃으며 마음의 상처와 응어리에 반창고 붙이고

하느님의 사랑과 보살핌 안에서 어느새 다 나아서

조금씩 조금씩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 갔으면 좋겠다.

 

아이들 얼굴에 신나게 낙서를 해주었다.

별, 꽃, 나비, 사랑…

다들 해달라고 할 줄 몰랐다.

누군 해주고 누군 안해줄 수 없어서

40명 아이들 모두 그려 주었다…

 

2015.09.19

노을도 구름이 조금 있어줘야 더 진하게 피어오르는구나…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하느님께로 가는 날이 하루 앞당겨 진거겠지…

 

2015.09.19.

기도는 우리를 땅에서,

귀양살이 하는 곳에서 떼어 놓아 주고

우리를 천국의 높은 곳, 고향 쪽으로 향하게 한다.

 

“하늘을 바라 보십시오. 땅을 보지 말고

하늘을 바라보십시오.

우리의 최종 목적은 하늘이지 땅이 아닙니다.

땅을 바라볼 떄 우리는 결코 하늘에 시선을 돌리지 못합니다.

하늘을 바라보세요. 하늘을 바라보세요.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하늘만을 바라보세요.”

 

2015.09.18.

물처럼 흘러가자…

강물처럼 흘러가자…

 

하느님이 일하시도록 나를 놔두자.

생각을 멈추고…

 

내가 멈출때 하느님은 일하신다.

 

너무 많은 것에 신경쓰지 말자.

너무도 많은 것에 하느님의 뜻을 맞추려고 하지 말자.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안에서 신앙인으로 사는 것!

 

2015.09.17.

하느님은 큰 그림을 그리는 분이시니까…

퍼즐처럼 엮으시는 분이시니까…

지금은 이해되지 않지만

늘… 후에…

삶이 조금 흐른 뒤에야

그것을 알게 되는…

 

누가 그랬다…”하느님은 늦게 이야기 하신다.”고

그래서 우리는 늘 식별해야 한다.

 

2015.09.17.

수도자는 봉헌된 사람

봉헌되었다는 말…

 

내가 무엇을 잡고 사느냐가 중요하다.

나 인가… 하느님인가…

 

나를 잡기는 쉽다.

하느님을 잡기는 어렵다.

 

그러기에 우리네 삶은 여정이다.

나를 비워가는 이 여정의 길에서 나는 넘어져야 하고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아야 한다.

사랑이신 하느님을 찾아가는 여정…

 

힘듬 속에서도 외로움 속에서도 넘어짐 속에서도

한분이신 신랑을 믿고 가는 여정…

 

2015.09.12.

하느님의 선물!

하느님의 선물은 우리를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해야 한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더 많이 주어야 한다.

우리가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그분이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더 계시고

우리는 그분의 완전에 가까워지도록 더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5.09.07.

우리동네 헤르만부츠 성당의 독일 신부님은

정확한 시간에 매일미사를 드리시기에 자주 이 본당에 간다.

평일미사가 없는 알또에서 가까이에 독일 신부님이 계셔서 좋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사제도 신자들도 미사에 늦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미사 중간에 들어오거나 핸드폰이 울리면 독일 신부님은 아주 엄격한 표정을 하신다.

 

이들이 그나마 미사에 나오는 것은 돌아가신 가족을 위해 미사를 청했기 때문이고 미사만 청하고는 미사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미사에 참석한 대부분의 신자들은 영성체를 영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성체를 모시러 나오는 신자들도 성체를 영할 줄 몰라서

손으로 성체를 집으려다가 신부님께 딱 걸리거나 아멘을 몰라서 걸리기 일쑤다.

 

자신들이 청해서 집전하는 미사가 아니면 다 함께 공동으로 미사 드리는 건

절대로 싫어한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독일 신부님은 “이들은 위령미사가 전부인 줄 안다.”며 그동안의 체험을 이야기 하신다. 참, 많이 답답하셨겠구나 싶었다. 이곳에서 선교사라면 공통으로 느끼는 이들의 굳어버린 습관 앞에서 나도 무너질 때가 많다.

 

성체성사, 고백성사, 병자성사는 사라져 버린 지 오래고 나머지 성사들도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5.09.04.

비온 뒤 조금씩 따듯해지고 있다.

요즘은 저녁미사 다니느라고 매일 노을을 본다.

저녁시간은 위험하다고 해서 잘 안나갔었는데

다녀버릇하니 괜찮다. 본당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사제가 없었던 본당들은 저마다 알아서 성가반주도 하고

청소도 하며 본당관리를 한다.

태어날때부터 계속 그 동네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기에

동네성당에서 세례받고 견진받고 결혼식도 동네성당에서 한다.

어릴때부터 서로를 잘 알고 결속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새로운 누군가가

온다면 그들을 받아들이는게 느리고 의심이 많은가보다.

 

2015.08.16.

볼리비아 5년동안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기는 처음인 것 같다.

알또는 여름에도 우박과 눈발이 날리긴 했지만 해가 뜨면 곧 녹아서 흔적도 없었는데 오늘은 아래 라빠스까지 온통 하얗다. 너무 추워서 공부방에 온풍기를 틀어 주었더니 우리 아이들 왈 “이게 뭐예요? 음악상자예요? 여기서 음악 나와요?”그런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걱정이다. 가정마다 이렇게 추운 날을 대비한 난방 시설이 있을 리가 없다.

 

2015.08.12

며칠동안 심한 바람이 불어서

바람이 비구름을 몰고 와

이제 봄이 시작 되겠구나 했는데

알또라서 비 때신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하얗게 바뀌었다.

 

 

2015.07.26.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협동하며

기다리고 양보할 줄 알게 된다.

늘 맑은 알또의 하늘 아래 가장 높게 울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제일 아름답다.

 

2015.07.25.

베냐민,

스페인어 3줄 쓰는데 2시간 걸렸다.

띄어쓰기도 문장도 읽기도 못하지만

또박또박 글씨를 끝까지 그린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혀있는 베냐민은

사실은 꼼꼼하고 성실한 아이다.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제일 예쁜 우리 아이들

볼리비아 아이들의 특성 중 하나는 절대 어리광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뭐든 스스로 알아서 하고 그 날 해야 할 것들을 스스로 챙긴다.

가끔은 애 늙은이 같은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아이들 챙겨주다가 교사들한테 한소리 들었다.

스스로 하는 게 이곳의 관습이라는 것이다.

뭐든 OK하는 수녀님들 때문에

자신들이 나쁜 선생님이 된다는 것이다.

흠~

 

2015.07.31.

비포장 먼지 날리는 여기서부터 우리동네 시작이다.

건기철이라서 온동네가 흙먼지 투성이다.

볼거리라고는 맑은 하늘이 전부인 곳이다.

환경만큼 삭막한 이곳 사람들에게 마음을 준다는게 쉽지 않다.

이들이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뜨게질이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 가장 좋은 원료는 알파카 실이다.

그런데 기술이 없다. 어깨선은 사각 로봇 모양으로 만들고

허리선은 통짜고 목 선이나 소매도 antigua다.

또한 마무리가 야무지지 못하다.

 

인구 천만의 경쟁력도 기술도 없는 나라.

남미 여행을 와도 볼리비아는 피해간다.

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교가 무엇일까.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것?

먹고 살기 힘든 이들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은 아직 먼나라 이야기겠지.

 

2015.07.29.

5지역 공소본당 모임이 있어서

길을 나섰는데 길거리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긴 행렬을 하며 춤을 추고

아저씨들은 중간 중간에 끼어 맥주를 마시며 함께 한다.

동네 사람들은 구경하고 따라 가고…

이제 이런 풍경이 낯설지가 않다.

예전 같으면 ‘길 막고 뭐하는 거지…?’라며 까칠해 졌을 텐데…

 

언어와 문화 그리고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 그런 것들 안에서…느끼는 시간이 지나가야 합니다. 버티십시오.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겪어야할 과정입니다. 바보같고 포기하고 싶고 돌아가고 싶고 그립고…하루에 몇 번씩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똑같은 어려움…선교는 그냥 같이 살면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방식이 너무도 많이 있지만 우리들은 존재 자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이들의 자생력을 키우면서…

복음을 충실하게 전하려면 이 사람들 문화에 스며든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하는데…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한동안이 지나고 조금씩 익숙해지고 이 사람들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이들 안에서 나를 발견 하고 이들도 내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게 되고 그렇게 우리가 서로를 통해 하느님을 찾아 가게 될 때 하느님께서는 이 여정의 동반자로 모습을 계시하실 것이다. 실은 아주 가까이 나보다도 더 가까이 나를 돕고 계신 분이심을 순간순간 나를 살게 해주고 계신 분이심을 내가 깨닫지 못하는 것 뿐이다.

 

 

2015.10.23

지난날의 모든 설움은 다 거둬가시고

맑고 깨끗한 마음만 넣어 주시길…

 

새 마음만 가지고

사랑만 가지고 살아가길…

그게 하느님의 아들 딸들의 모습이겠지…

 

하느님은 복잡한 머리는 싫어하시니까

 

머리쓰는 삶이 아니라

마음(성전) 안에서 사는 거다.

 

2015.10.23

성모님의 믿음은

온 우주보다도 크신 하느님을

땅으로 끌어 내리셨다.

 

“하느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믿으신 분!”

 

하느님을 내 삶에 끌어들이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온전히 봉헌해야 한다.

어머니처럼!

 

2015.10.22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어떤 일을 하든지,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으면 깨어있는 것이겠지요.

반대로,

아무리 큰 일을 하더라도

나의 감정과 욕심에 집착되어 있으면

자고 있는 것이겠지요.^^

 

2015.10.22

강한자보다

약한자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약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이시니까…

 

“하느님께서는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것을 무력하게 만드시려고

이 세상의 비천한 것과 천대 받는 것 곧

없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이 어리석음이 사람 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2015.10.21

주일 내내 감기로 고생하다가

오늘 문득 콩나물국이 먹고 싶어서

아픈 몸을 이끌고 2시간 내려가서 콩나물 한 봉지를 사왔다.

 

저녁에 압력솥에 넣고 끓여서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니 한결 나아졌다.

공부방 교사 ‘자넷’에게 옮은 것이다.

 

오늘은 교사 ‘리디아’도 목이 아프다며 감기 증상을 호소했다.

아이들에게 옮기면 안되는데 큰일이다.

다 함께 모여서 감기약을 나누었다.

 

“아프지 말고 끼니도 대충 해먹지 말고

자신에게 충실하게 대접 잘 해요.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내시길 기도할게요.

가난한 이들을 도우려고 하지 말고

먼저 같이 있으려 하구요.

그것만으로도 수녀님 몫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때로는 무슨 일을 하는데 있어서 마음이 앞설 때가 있다.

특히나 내 성격은 늘 앞서가는 게 문제이니 이 참에 좀 쉬자!

 

며칠동안 심한 흙 바람에 온 동네가 뿌옇고 건기철 끝이라

모든게 말라 있었는데 지금 시원한 비가 쏟아지고 있다.

감사!

 

2015.10.16.

새로 온 고학년 아이가 신발을 못 벗고

한참을 밍기적 거리길래 왜 그러나 했는데…

 

맨 나중까지 교실에 못들어 가고

신발을 벗는 시늉만 하길래

무슨 문제가 있나 살폈더니

 

양말에 난 구멍 때문이었다.

겨우 교실로 들어가 문짝 옆으로 가리고 앉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2015.10.16.

기도할 때 만큼은 진지하려고 노력하는

에프라임, 후안, 올란도, 호세…

그런데 눈을 감아도 개구장이 표정은

그대로구나.

 

구구단 외우기에 열심인 니켈, 기셀라, 요엘라는

이번 달 까지 구구단을 모두 외울거라며 중얼거리고 다닌다.

 

오늘도 숙제가 한 가득인 다니엘은 틈틈히

다른 친구들 참견하며 돌아다니느라고 바쁘다.

 

쵸코과자를 반만 먹고 주머니에 넣으며

“집에가서 동생 줘야지…”하는 넬슨에게

몰래 한 봉지 더 주었다. 넬슨이 씩~ 웃으며

우리 둘 사이에 비밀이 생겼다는 표정이다.

 

고학년 아이들이 많아져서 책상이 부족하다.

급히 창고에서 책상을 꺼내 왔는데 교실이 작다.

큰 교실로 옮겨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을 제 때에 이루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그분의 뜻 안에서 사는 것! 내가 할 일은 오직 그 뿐이다.

 

오늘도 아이들의 사랑 안에서 하루가 채워져 간다.

 

2015.10.14.

장동건보다 잘생긴 구스따포!

슬픈 눈빛의 꾸스따포!

 

더 챙겨주고 싶은 아이들이 있다.

약간 모자라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행동이 느리고 눈치 많이 보고

슬픈 눈망울의 아이들이 그렇다.

 

담임 선생님 관심 밖의 아이들…

숙제를 하던지 말던지 내버려 두는

사랑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챙기는게

이제는 나의 몫이 되었다.

 

2015.10.13.

새로 오신 ‘리디아’ 선생님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아이들이 아주 잘 따른다.

쉬는 시간에도 우리 아이들

새로 오신 선생님 곁이 좋은지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들 표정을 보면 선생님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교사들 모두 수학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곱셈, 나눗셈, 분수놀이, 공약수… 아이들의 질문에 헤멘다.

다행히 수학과 졸업한 우리 수녀님이 척척 풀어 주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는데…

 

하지만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선생님들…

그런데 수학이 배운다고 되는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빠르겠다…

 

새로 오신 선생님으로 인해 공부방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른 교사들이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이제 다음달에는 방학이 시작된다.

긴긴 우기철 방학이 시작된다.

우리 아이들 개학하면 부쩍 자라서 오겠지…

 

3개월 방학 동안 우리도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일단 낮은 곳으로 피신 가야 할 것 같다.

다음 학기를 위해서!

 

2015.10.11.

꼬빠까바나 성모님 성지 가는 날

지난 번 미루었던 소풍을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가는 길 공사현장이 많아서 비포장길을 돌아서

3시간 정도 달리니 드디어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지각변동으로 바다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호수가 되었다. 잔잔한 물결이

푸른빛, 옥빛, 하늘빛으로 다채롭다.

 

이렇게 낡은 배는 처음 타본다.

당장이라도 부서질것만 같다.

잔잔한 바람에도 이리 틀어지고 저리 틀어지고…

 

배에서 내려 다시 1시간 정도 달리니

저 아래 성지 마을이 보인다.

토요일이라서 성지로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초를 봉헌하고 성수도 받아왔다.

 

교사들과 함께 밥 먹고

오랜만에 보는 호수빛에 반해서 한참을 바라 보았다.

 

이렇게 맑게 깊게 잔잔히 조금씩

나의 삶이 사랑으로 채워 지기를…

 

호수를 들여다 보며

내 마음 속에도 이렇게 사랑의 샘물이

출렁 거리고 있는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 까지도

시원하게 적셔줄 수 있는가

 

사랑의 샘물은 많이 깊게 길어 올릴수록 더 달고 시원해 진다.

사랑을 베풀면 베풀수록 더 큰 사랑이 찾아온다.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이 되는 것

사랑 그 자체가 내 삶의 보상이라는 것…

 

모든게 선물이로구나,,,,

 

나오길 잘했다.

 

2015.10.08.

구름 많은 날, 우리동네!

 

예전에는 이곳이 모두 공동묘지(Cementerio)였다고 한다.

마을이 형성 되면서 무덤이 파헤쳐지고 시신은 버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갈 곳 없는 영혼들이 밤마다 돌아다닌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곳에 살려면 정신력이 강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프거나 서로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악마의 특성 중 하나가 바로 분열을 일으키는 일이니…

 

그런데 내가 생각 하기에 이곳은 귀신 때문이 아니라

고산증 때문에 먼저 쓰러지는 곳이다. 귀신이 아니라 고산증이 무서운 곳이다.

해발 4,300m…

 

그래도 하늘은 최고다.

 

2015.03.19.

마지막 비자 서류 준비로 rajap에 갔다.

범죄를 저질렀는지, 마약을 했는지 등의 증명 서류를 발급해 주는 곳인데 종이만 사면 그냥 서류 작성해 주는 곳이다. 이민국에서는 종이를 팔기 위해 새로 넣은 조항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여기 저기 관공서를 다니고 있다. 관공서에서 오전내내 줄서서 기다리며 로베르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누었다. 로베르또는 볼리비아는 살인을 저질러도 돈만 있으면 감옥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아주 조그마한 잘못도 돈이 없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볼리비아는 금이나 은이 많이 나고 천연 광물이 많지만 극소수의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그 사람들만 엄청난 부자라고 했다. 공무원들이나 경찰들 정치인들의 비리와 부정부패가 아주 심하다고도 했다. 주차위반이나 과속을 할 경우 얼마전부터 이곳도 딱지를 뗀다. 과속 탐지 기계를 들여와 찻길에 숨어서 단속을 하는데 딱지를 떼는게 아니고 그 자리에서 돈을 뜯는다고 한다. 과속을 할래야 할 수 없는 형편없는 아스팔트인데도… 그리고 볼리비아는 나눔이 없는 나라라고 했다. 서로 돕고 나누고 함께 사는 법을 모른다고 했다. 지금의 한국보다 30~40년은 뒤떨어져 있는데 앞으로 30년 후에도 민족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별로 달라지는 건 없고 오히려 지금의 정치,경제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보면 더욱 살기 힘들 거라고도 했다. 생각과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고도 했다. 볼리비아는 서류상으로 아빠가 없는 아이들은 그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고도 한다. 인신매매가 심각하다고도 했다. 남자들은 쉽게 가정을 버리고 아빠가 없는 아이들, 남편이 여럿인 엄마들….그리고 장기적인 정책 중 하나가 볼리비아 땅에서 외국인 선교사들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국민을 더욱 고립 시키고 외국으로부터의 받아들임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정책이라고 했다. 로베르또는 이민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한국을 좋아해서 벌써 한국여행을 세 번이나 다녀왔고 한국인들을 좋아한다. 그의 꿈은 한국에 가서 사는 것인데 한국이민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한국이 안된다면 페루에서 살겠다고 했다. 로베르또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우리 공부방 유치부 아이들을 보면 장난감을 서로 자기 거라며 다들 혼자서 논다. 함께 노는 즐거움을 모른다. 서너살 밖에 안 된 아이들이 얼마나 자기것을 잘 챙기는지 깜짝 놀랐다. 그런데 어느날 간식을 싸온 아이가 자기 것을 옆의 아이에게 나누어 주고 그걸 칭찬해 줬더니 이제는 너도 나도 나누려고 한다. 참 신기했다. 아이들은 금방 바뀔 수 있는 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이미 우리 모두에게 그 마음을 심어 주었는데 환경이 거칠고 힘들다보니 어른들은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겠지… 볼리비아는 희망이 없다는 로베르또의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는데 우리 아이들을 보니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또 보게 된다. 교육의 힘이 그렇게 강하고 크다는 것을 나는 우리 아이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2015.03,08.

신부님이 추천한 피정집 도착

스산한 날씨에 온통 돌로 쌓은 건물들

청년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산책, 오리엔테이션… 아, 집에 가고싶다.

벌레가 많을 것 같다.

피정 프로그램을 준비해 오신 신부님은

열정이 넘친다. 반은 못알아 듣고 반은 흘려 듣고… 벌써부터 피곤하다… 산소부족!!!

 

2015.03.07

오늘 비자 갱신하러 이민국 내려 갔더니 그 사이 모든 체계가 바뀌어 있었다. 가톨릭 선교비자가 없어지고 모든 외국인들은 예외 없이 동일한 서류준비와 비자값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작년 한 해 알또교구에 들어와 선교 하던 외국 수도회들이 대거 철수했다. 이제는 모든 종교를 받아들이고 볼리비아는 더이상 가톨릭 국가가 아니게 되었다. 이 때문에 걱정도 많다. 지금도 교회를 떠난 이들이 많고 모두들 의무적으로 세례는 받지만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데 앞으로는 더욱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많아 지겠지… 가톨릭의 300여년 동안의 지배에도 이들의 문화와 정서 안에 가톨릭 정신과 신앙이 스미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반성…반성…

앞으로 외국인은 더욱 살기 힘들어질거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암튼 비자 갱신하러 내려 갔다가 충격과 걱정…이 앞선다.

 

2015.02.19.

 

카니발 축제 끝나고 첫 수업!

오늘은 아이들 결석이 많은 날이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재의 수요일 미사 오셔야 할 신부님은

재뿌리는 예식을 주일로 미루셨다.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이곳에서 한국식의 전례는 기대하기 힘들다. 어떤때는 주일미사때도 대영광송을 빼먹거나 독서도 하나만 하거나… 신자들의 기도도 그냥 넘어갈 때가 많다. 공소 5군데를 돌아야 하니 그러실 수 밖에 없는 건가…

 

카니발 축제 끝나니 이제야 동네가 조용하다. 시끌벅적했던 축제가 모두 지나고 이제는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의 여정을 함께 할 때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성찰과 회개의 때, 은혜로운 사순시기를 지내며 다시금 자기다움을 회복하고 하느님 앞에 겸손되이 다가가야 할 은총의 시간이다.

 

자선과 선행, 기도와 단식은 우리가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2015.02.17.

카니발 축제

이곳 아이들에게는 우리의 설날이나 추석처럼

신나는 축제기간이다. 거리에는 맥주상자가 가득 쌓여 있고 사람들은 화려한 의상을 갖춰 입고 본격적로 축제 준비에 임한다.

이런 날 시내에 내려 갔다가 길이 모두 막혀 올리오지 못하고 길거리 사람들 구경을 했다. 저마다 가발에 분장을 하고 망또를 두르고 물총싸움에 스프레이를 뿌리며 노는 이들의 풍습을 6년째 보아 왔는데도 나는 여전히 구경꾼이다. 폭죽 터트리는 소리가 전쟁이라도 난 것 같다. 가난해도 즐길 줄 알고 여유와 정서가 가득한 이들의 문화가 비록 오랜 식민지의 잔해물이라고 해도 이런 날이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즐거우니 다행이다.

 

2015.02.03.

언어와 문화 그리고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 그런 것들 안에서…느끼는 시간이 지나가야 합니다. 버티십시오.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겪어야할 과정입니다. 바보같고 포기하고 싶고 돌아가고 싶고 그립고…하루에 몇 번씩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똑같은 어려움…선교는 그냥 같이 살면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방식이 너무도 많이 있지만 우리들은 존재 자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이들의 자생력을 키우면서…

복음을 충실하게 전하려면 이 사람들 문화에 스며든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하는데…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한동안이 지나고 조금씩 익숙해지고 이 사람들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이들 안에서 나를 발견 하고 이들도 내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게 되고 그렇게 우리가 서로를 통해 하느님을 찾아 가게 될 때 하느님께서는 이 여정의 동반자로 모습을 계시하실 것이다. 실은 아주 가까이 나보다도 더 가까이 나를 돕고 계신 분이심을 순간순간 나를 살게 해주고 계신 분이심을 내가 깨닫지 못하는 것 뿐이다.

 

2015.02.02.

주교좌 성당에서 봉헌의날 미사와 서원 갱신식을 했다. 주교님이 한 턱 내시는 점심으로 고구마, 감자, 바나나 구운 것, 그리고 구운 통닭과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케잌…

제단 앞에는 온 동네 수호 성상이 모셔져 있고 눈앞의 프란치스코 성인께서는 옆구리에 상추를 차고 가슴에 당근을 주렁주렁 매달고 목에 감자를 칭칭 감으셨다. 다른 성인들도 옥수수와 콩으로 온 몸을 치장하고 미사 후 행렬을 하는데… 큰 축제마다 이들의 열성은 대단하다.

가난과 정결, 순명의 서약을 하고 다시금 한 해를 주님과 함께 살아갈 힘을 얻고 다짐을 한다.

 

2015.01.17.

망고철이다.

공부방 교사 자넷이 맛보라며 가져왔다.

윤가스 지역에 사시는 시어머니가 따오신 것이라고 했다. 아주 달고 맛있다.

2015.01.16.

공부방 아이들 수업때 쓸

교구를 만들고 있다. 기존에 팔고 있는

교구들은 너무 비싸고 재료가 허술해

직접 좋은 나무를 사다가 제작중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렇게 해놓으면

수업때마다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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